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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 Documents


아네트 메사제 Annette Messager
 김원희  | 2009·08·19 00:55 | HIT : 10,856 | VOTE : 919 |

기숙생들












죽은 새들이 나란히 누워있다. 앞으로 혹은 옆으로 몸을 누인 채, 양 옆으로 다리를 벌리거나
혹은 가지런히 모아 둔 채. 작가는 파리의 길을 거닐다 죽은 참새를 우연히 발견하고 그것을
집으로 가져온다.
그리고는 이들을 위해 색색의 털옷을 만들어 입히기 시작했다.
이것이 아네트 메사제의 초기작 [기숙생들](1971~72)의 시작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일에 몰두한 채 빠른 걸음으로 분주히 오고가는 파리의 길 위에서
새 한 마리의 죽음은 그렇게 고요히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생활과 안위라는 눈가리개를 쓴 채 저벅저벅 앞으로만 걸어가는 인파의 행렬과 다르지
않은 우리 삶의 상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새의 시신에 따뜻한 옷을 지어 입히는 작가의 손은 바로 그 상태가
내포한 잔인하고 차가운 무관심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새의 죽음을 통해 사람들의 무관심 속 잔인함을 드러내다



“기숙생들의 처형”이라고 명명된 또 다른 유리장 안에는 철 받침대 위에 철사로 묶여져 있는
새들이 놓여있다. 무관심이 갖는 잔인함과 암시적 폭력성이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부분이다.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은 인간 뿐만은 아닐 것이다. 식물과 동물, 그리고 수많은 사물들…. 실은 이 고요하고 다양한 결들과 함께 존재
하는 우리의 생은 어쩌면 철저히 인간중심의 - 즉 자기중심의 - 일방적인 강박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느다란 새들의 발목에 단단히 꼬여 묶인 차고 녹슨 철사를 보며 그 잔인함 앞에 얼굴을 찌푸린다.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새의 고통을 상상하게 만들며, 이 순간 그 고통은 새의 것이자 보는 이의 것으로 닿는다.
생명을 가진 것들이 느끼고 경험하는 고통의 무게.
그것은 인간의 것이건, 인간의 발 하나 크기에도 못 미치는 새의 것이건, 이처럼 무겁고 절박하다.



[기숙생들]은 작가의 작품세계의 출발점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 이후 활발하게 전개되는
작품들을 예감케 한다. ‘삶-죽음’의 문제와 ‘고통의 주고받음’은 아네트 메사제의 예술세계에
있어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연약한 새들에게 옷을 입혀 돌본다는 생각은
 작가의 작품이 갖는 또 다른 의미, ‘모성’과 ‘여성성’의 문제를 건드린다. 또한 이것은 보살핌과
조종의 욕구 속에서 어느 순간 자유를 박탈당한 ‘기숙생’ 같은 삶의 상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기숙생들]에서 볼 수 있었던 아네트 메사제의 박제 작업은 [그들과 우리, 우리와 그들](2000)
에서 더욱 대규모로 나타난다. 천장에 수평으로 매달린 거울 위에 박제가 된 동물들과 봉제인형
들이 놓여있는 설치 작업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박제가 쓰고 있는 가면이다. 생명이 없는 박제
임에도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그 모습을 보면 ‘정체를 밝히지 않으려 애쓰는 어떤 의도’가 감지된
다. 그러나 의도(意圖), 즉 어떤 ‘뜻’이란 흔히 생명 있는 자들의 것이 아니던가? 이와 같은 모순된 상황은 섬뜩함과 동시에 삶이 내포한 필연적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어느 순간 죽음에조차 깃들 수 있는 어떤 거대한 생명력과
우리를 대면케 만든다. 천장에 걸린 거울과 박제가 만들어내는 실상과 환영의 이미지, 전시장
벽에 일렁거리는 빛과 그림자의 뒤얽힘은 고통 속에도 부인할 수 없는 삶에 대한 매혹처럼
연약하고 또한 아름답다.


 


 


돌아갈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을 말해주는 박제와 사진



작가의 박제작업은 그녀의 사진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박제와 사진은 일견 다른 매체인 듯하지
만, 그 둘은 삶과 죽음의 모순된 상황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묘하게 만난다.
생명의 형상을 그대로 고정시켜 놓은 박제는 동시에 그 생명의 죽음을 반증한다.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나 박제가 되었다는 상황이 이미 그 죽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사진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진이 포착한 한 순간은 그 순간이 분명 존재했으며 살아있는 것이었
음을 뚜렷이 말해준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이 말해주는 것은 그 순간이 이미 지나간 것,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나의 소망](1988-93), [나의 트로피](1986-88)
등에서 사진 매체를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활용하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다.`


 


 



 


 











삶이 가지는 소망과 슬픔, 욕망과 두려움을 표현하다


 


아네트 메사제는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관 대표로 국가관 부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다양하고 섬세한 주제의식과 회화, 조각, 사진, 드로잉 등 장르의 구분을 넘나드는 과감한 실험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박제, 봉제인형, 섬유, 사진, 드로잉 등 여러 매체로 이루어진 작품들은 장르
구분이 희미해진 현대미술의 특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 작품들은 일상의 무덤 속에
죽은 듯 묻혀 있던 생의 인식과 감각을 일깨운다. 순식간에 깨어나는 섬뜩한 예감은 삶 속에 숨
어있는 혼란과 긴장, 모순을 짚어낸다. 작품은 작가 개인의 삶과 경험에 가깝게 밀착되어 있으면
서도 보편적 인간의 삶이 가지는 소망과 슬픔, 욕망과 두려움의 복합적 감정들을 환기시킨다.



작가의 세계는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때로 주술적이며 은밀한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비밀의 공간은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 그 곳은 우리의 일상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차원의 삶
일 뿐이다. 새와 동물, 소외된 고통, 욕구와 좌절의 신체가 그 곳에서 눈부신 퍼레이드를 펼친다. 동물적 육감은 짐짓 우아한 척 인간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뻔뻔한 가학(加虐)의 가능성을 직시한다. 죽음은 삶과 만나고 헤어진다.
그리고 이 모든 존재들의 고안자, 연출자, 엄마인 아네트 메사제는 그 비밀의 공간에 우리를
기꺼이 초대하는 것이다.


 


 


 






















아네트 메사제 Annette Messager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 설치 미술가이다. 회화, 조각,
사진, 드로잉 등 장르의 구분을 넘나드는 과감한 실험을 통해 일상적인
삶과 죽음 속에 깃든 의미를 일깨우는
작업을 행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남성위주의 예술을 비판하고 여성으로서의 경험, 여성성,
모성애를 탐구하는 페미니즘적인 주제의식도 가지고 있다.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프랑스 대표로 참가해 [카지노]라는
작품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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