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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 Essay


김치
 김원희  | 2010·10·08 23:59 | HIT : 5,585 | VOTE : 847 |
자주 가끔 외국을 드나들던 습성으로 인해
나는 김치를 별로 잘 먹지 않는다.
평생 동안 김치를 담아 본 일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고기도 생선도 가공식품도 없는 이곳 히말라야 산속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30분을 걸어 내려가 시장에 가서
채소와 과일을 사오곤 한다.
별다른 먹거리가 없다.
과일은 사과와 석류 파파야
채소는 호박과 가지 그리고 오이가 전부다.

가끔씩 정원사들이 2시간을 걸어올라와
호박과 무우들을 가져다 준다.
때로 너무 자주 채소를 가져와 부엌일을 바쁘게 하게끔 한다.
이곳의 무우는 작고 단단하여 한국 것과 거의 다르지 않아 김치를 담그면
제법 무우김치 맛이 난다.

델리에서 이곳까지는 왕복 12시간이 걸린다.
오랜만에
델리에 다녀온 어느 분이 배추를 한 포기 가져다 주었다.
배추를 가르며 얼마나 배추 향이 좋은지.......
아! 배추 냄새가 이런거였구나
고소하고 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느낌
배추의 DNA가 가지고 있는
미학에서 다루는 질료의 깊은 맛이라고 하는 것이 낫겠다.
보석을 다루듯이 정성껏 배추김치를 담궜다.
별다른 양념이 없으니 고춧가루와 마늘 그리고 생강을 
넣어 하루를 지나 열어보니 배추 김치 냄새가 
바로 그 익숙한 냄새다.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학교에서 돌아오늘 길 
몬순이 지나고 높아진 가을 하늘을  마음껏 누리며
이곳에서 데브다르라고 불리는 히말라야시타의 노란 송진가루가 뿌려진
한적한 산길을 즐기며 집에 도착하여 
저녁상을 차리는데
김치가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였다.

저녁상에  꺼낸 김치는 정말 뭐라해야 할까.
배추김치가 이렇게도 맛있는 것인지 처음 알았다.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김치가 이런 맛인가 .... 형용할 수 없는 맛
혀끝에서 아니 마음에서 느끼는 맛이다.

평생 담아본 김치보다 이곳에서 한달 반 동안 담근 김치가 더  많다보니
나의 김치 솜씨는 별로인것이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김치 맛이 일품이다. 
이곳에서는 일상의 사소함도 정말 경이롭다.
마치 예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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