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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론 / Criticism


김원희 - 그림은 그림에서 나온다 -박영택 2009.10
 김원희  | 2009·10·15 14:41 | HIT : 6,538 | VOTE : 818 |

 


김원희 - 그림은 그림에서 나온다


 


박 영 택 | 경기대학교예술대학교수, 미술평론


 


근대에 태동된 '아트'란 개념은 천재성을 타고난 개인의 독창적 산물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역사적 개념은 일종의 신화이다. 아방가르드의 독창성 개념이 낳은 독창성의 신화, 즉 유일성, 독창성, 원작개념은 오늘날 다분히 허구로 인식되고 있다. 예술에 있어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 모든 작품은 먼 과거에 발생하여 미래로 이어져 나가는 복잡한 상호 관련성 속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유, 덧붙여 작가라는 창조적 주체 역시 선험적으로 타고 나는 게 아니라 타자의 영향 아래 훈육되는 존재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따라서 원본의 창조자로서의 예술가 개념은 부정되며 이제 예술은 자율적 주체가 창조한 사적 세계가 아니라 그 의미가 무한히 지연되면서 상호 작용하는 기표들의 그물망으로 이루어진 공적 장소가 된다. 결국 작품 창작이란 이미 앞서 실행됐던 것들을 차용하는 것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자율적 주체인 작가라는 개념 역시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사실상 주체란 무수한 타자에 의해 직조된 것이다. 나는 나/타자 사이에서 선회하며 창작은 과거(전통)/동시대의 지속적인 대화 속에서 가능하다. 그러니까 모든 창조는 과거에 기생하고 독창성은 전통으로부터 나온다. 나는 타자 없이는 부재하다. 그렇다면 존재한 적이 없는 새로운 것, 타인과 다른 나만의 것을 창조한다는 것은 다분히 모순인 셈이다.


 


김원희는 서구미술사의 무수한 전통 사이를 횡단한다. 피카소나 몬드리안, 고흐, 고갱, 프란시스 베이컨과 같은 화가들의 작품을 유머러스하게 차용한다. 그녀는 자신만의 스타일, 자아로부터 발화하는 특정한 주제 대신에 이미 기존에 존재하는 이미지, 레디메이드 이미지와 특정 작가의 형식, 방법론을 차용한다. 외관상 복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제의 외관 뒤에서 내부적인 변화와 형식적인 재구성을 통해 모종의 균열을 일으킨다. 특히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주로 차용하거나 그의 스타일로 다른 이의 작품을 참조하거나 겹쳐놓았다. 그것은 더 이상 리히텐슈타인의 작품도 피카소의 것도 아닌, 그 둘이 뒤섞이거나 작가의 개입에 의해 변형되었다. 기이하고 교묘한 변신이다. 같으면서도 다른 또 다른 존재가 파생되었다. 작가의 이미지 차용은 원래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재편집하고 재구성하여 의미를 전도시켰다는 점에서 단순한 복제가 아닌 ‘차용’으로서 이해할 수 있다. 차용은 원래의 작품을 참조하여 재편집하고 재구성하여 의미를 전도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흔히 '초맥락화'라고 부른다. 소재를 원래의 문맥과는 전혀 다르게 새로운 의미로 고립시키면서 초현실주의의 데페이즈망과 같은 경험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차용은 특별한 작품을 모방함으로써 그 작품에 대한 어떤 것을 드러내는 것인데 김원희에게 차용은 단순히 과거에 기생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사의 전통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훈련과 도제의 장인 정신으로 전통을 새롭게 보고 그것들을 다시 읽은 일에 해당한다. 아울러 차용의 방법을 통해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작가는 과거의 미술로부터 소재를 차용하고 이미지 구성에 있어서도 큐비즘의 콜라쥬를 연상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다시말해 여러 작가들의 작품 일부분을 맥락없이 따와서(초맥락화) 한 화면에 뒤섞는, '믹싱'한 그림이자 일종의 혼성적 회화가 된 셈이다. 보는 이들은 익숙한 서구현대미술의 걸작들을 쉽게 알아보면서도 어딘지 다른 점에 의아해할 것이다. 이 그림이 과연 리히텐슈타인의 것인지 그것의 복제인지 아니면 작가의 특별한 의도와 선택에 따라 만들어진 또 다른 ‘작품’이라고 인정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는 일반인들이 지니고 있는 미술에 대한 신화나 상식, 고정관념을 겨냥하고 있다. 작가에게 있어 이 같은 차용의 전략은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독창성의 신화에서 빠져나오려는 필연적인 선택에 따른 것이다. 그러니까 이 작가가 익숙한 서구작가들이 작품을 부분적으로 차용하고 혼합하고 그들과 동일한 방법론으로 재현하는 이유는 미술사 속의 여러 작품들을 베껴 자기 것으로 삼아 독창성에 도전하면서 자기를 지우는 한편 반복을 통하여 다양한 차이를 드러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결국 작가의 작업은 서구현대미술사, 특정 작가의 작품이란 텍스트를 가지고 놀이하고 해체하면서 그 틈에 자신의 개입과 기생의 자리를 만들어나간다. 그것은 단순한 모방도 아니고 독창성도 아닌 그러나 작은 차이를 만들어내면서 미술과 주체, 독창성 신화, 전통과 달라진 시각환경 속에서의 이미지의 삶과 죽음 등에 대한 여러 흥미로운 질문의 목록을 부피화 한다. 이 지점에서 김원희가 '다시 만들어낸' 작품은 원본이 지닌 의미와 함께 또 다른 의미를 산개해 나간다. 작가에 의해 열려진 작품이 되었다고나 할까. 예술 작품 역시 단 하나의 궁극적인 해석을 요구하는 대상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의 유희를 강조하며 그때그때 수용자와의 만남에서 펼쳐지는 어떤 ‘존재론적 진리의 일어남’(데리다)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특히 로이 리히텐슈타인 작품을 집중적으로 차용한다.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의 일부를 차용하거나 그 기법으로 고흐의 정물화를 그려 보이거나 프란시스 베이컨의 공간구성에 리히텐슈타인이 '행복한 눈물'이란 그림을 집어넣는 식이다. 현대미술사에서 개성적인 지표가 된 특정 작가의 양식과 기법이 한 화면에서 공전한다. 작가는 리히텐슈타인에 기생해 자신을 지우는 비개성적인 작업으로 리히텐슈타인의 원작을 똑같이 / 다르게 그려나가면서 자신의 성격이나 취향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는 미세한 차이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자의적으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리히텐슈타인식으로 그려보기도하고 시공간의 차이를 지닌 여러 기법들을 넘나들며 혼재시켰다. 진화론적이고 진보적인 그 직선적 시간관이 강제하는 서구미술사의 흐름을 뒤집는 동시에 당대의 시각이미지 환경속에서 보편적인 이미지로 아울러 상업적 목적과 수단으로 무수히 차용되는 현대미술의 굴절된 운명 역시 보여준다. 넘쳐나는 이미지로 인해 원본성의 가치에 대한 믿음의 상실과 전통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창조성의 상실이 초래된 미술의 현재 상황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작가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을 사용. 조작. 재구성하는 것이 오늘날의 미술행위가 되었음을 은연중 드러낸다.



작가는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이란걸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벤데이 점들 및 뚜렷한 검은 윤곽선, 이미지 콜라쥬 등 그의 독특한 표현 양식을 고스란히 사용하여 크고 웅장한 광고판을 연상시키는 형식으로 이미지를 제시한다. 알다시피 벤데이 점은 사진 제판술의 인쇄 공정에서 생기는 망점이다. 벤데이 점은 차용된 다양한 이미지들에 적용되어 모든 이미지들을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한편 기계적인 복제의 외관을 실현한다. 또한 화면에 배치된 오브제의 삼차원적 특성과 화면의 평면성 양자를 모두 강조, 소재와 배경간의 긴장감을 구축하는 한편 작품이 복제된 것처럼 보이게도 한다. 아울러 독립적인 사물의 영역을 만들기 위해 검은 색의 짙고 강한 윤곽선도 사용한다. 무엇보다도 순수 미술의 기준을 적용시킬 수 있는 창조자로서의 작가의 존재를 지우고 상업적인 인쇄물과 같은 정돈된 느낌을 위해 윤곽선을 사용했다. 윤곽선은 각각의 사물들과 전체적인 구성을 견고하게 하는 한편 작품에 보다 정리된 느낌을 부여하고 화면의 공간적인 깊이를 최소화한다. 그에따라 이미지에 대한 묘사이기보다는 이미지 그 자체로서 보여지는 편이다. 기계적인 외관을 강조하는 윤곽선, 벤데이 점과 함께 인쇄작업에서 판 수를 제한하듯이 소수의 색을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하였다. 잡지광고와 상업적인 포장지를 흉내낸 밝은 색조, 흡사 그래픽 디자인에서 흔히 사용하는 색이 그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리히텐슈타인 그림의 여러 특성들을 차용해 과거의 그림들을 다시 그리거나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안에 다른 그림들을 집어넣으면서 착각을 야기하고 분열을 조장한다.



이처럼 김원희는 미술 작품으로부터 이미지를 차용하여 그것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주안점을 둔다. 그녀는 현대미술사의 거장들의 개성적인 화풍, 방법론을 차용했다. 특히 리히텐슈타인적인 스타일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재구성했다. 그것은 원본을 연상시켜주면서도 그것과는 이질적인 차이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작가가 원본을 차용해 허물어낸 자취들이다. 그녀는 미술사의 전통과 특정 작가의 구체적인 작품 /텍스트를 해석하고 그 안에서 작은 차이를 만들어내면서 동시대 미술의 핵심적인 쟁점들, 이슈들을 들려준다. 그것은 다분히 개념적 성향을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그림은 전통적인 그리기의 즐거움과 장식적인 볼거리, 시각적인 연출에서 매우 전통적인 회화의 매력을 지우지 않는다. 그림 보는 관자의 개입과 해석을 허용하는 개방적인 그림이기도 하다. 다만 그 차용이라는 것만이 그녀 작업의 삶을 제한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Kim Won-hee – Paintings Coming out of Paintings


 


 


By Park Young-taik, Kyonggi University Professor & Art Critic


 


 


The modern concept of ‘art’ refers to the creative product of an individual genius. This historical concept is however, all too mythical. The myth of originality, derived from avant-garde art, that is, creativeness, and original work, is all too fictitious. This conception includes thoughts, the new in art no longer exists; that all works of art, generated in the past and linked to the future, are in intricate mutual relations; and artists are educated beings, under each others’ influence, without innate power. Accordingly, artists are not creators of the original any longer, and art is not just a private world created by an autonomous subject but a public world made from a net of signifiers with infinite meaning. Work creation thus cannot be free from appropriating previous practices: The concept of artist as an autonomous subject is formed socially and historically. The subject is actually interwoven by others. All creation belongs to the past, and creativity comes from tradition. I am absent without the other. So it is a contradiction to create something new and different from others.


 


Kim Won-hee overlaps countless traditions in Western art history by appropriating works by Pablo Picasso, Piet Mondrian, Vincent van Gogh, Paul Gauguin, and Francis Bacon. Kim appropriates extant, readymade images, and a specific artist’s methodology, rather than exploring her own style. Kim’s work looks like reproductions of originals, but raises questions through internal changes and formative re-compositions. Kim mainly appropriates Roy Lichtenstein’s work, or overlaps others’ work into his style, into work that is no longer by Lichtenstein. Her work becomes a mixture of two or modified versions that show weird, exquisite metamorphoses. Kim’s work can be seen as an appropriation, rather than a simple copy, in that she appropriates images and then reedits and recomposes them, thus overturning their meaning.


 


An appropriaton is a reference, and re-composition of an original work, overturning original meaning. This process is often called ‘trans-contextualization’. It refers to the surrealist depaysement, isolating subject matter from its original meaning. Likewise, an appropriation reveals something in a work through imitation. For Kim Won-hee, a parody respects the tradition of art history and at the same time sees and reads it through an artisan’s spirit, rather than simply relying on the past. Kim creates meaning through appropriation.


 


Kim borrows subject matter from previous artworks, and also employs methods recalling Cubist collage in the formation of her images. In other words, her work mixes parts of the works by many artists, irrespective of their context into a sort of hybrid painting. Viewers can identify contemporary Western masterful pieces in her paintings, and then discover something disparate. They can wonder whether her paintings are a Lichtenstein; a Lichtenstein copy; or another piece produced by the artist’s special intentions and choice. Her intention is to shatter the myth, common knowledge, and generally held fixed notions of art.


 


The strategy of her appropriation depends on how she deviates from the myth of originality. The reason Kim partly appropriates familiar Western paintings, and reproduces them in an equivalent manner, is to challenge the concept of originality; delete the self; unveil difference through repetition. As a result, Kim makes an intervention and attains her own place, playing with and deconstructing paintings made familiar by Western art history. Through small differences, Kim poses interesting questions concerning the life and death of images and issues like art and the subject; the myth of originality; tradition and the altered visual environment. At this point, her work unfolds meaning alongside original meaning. A work of art is the rise of some ‘ontological truth’ (Jacques Derrida) in encounters with its consumers, underlining the possibility of diverse interpretations.  


 


Kim focuses primarily on appropriations of Roy Lichtenstein paintings. The artist borrows parts of his work, then renders a van Gogh still life in a Lichtenstein style; or brings Lichtenstein’s Happy Tears into a Francis Bacon composition. Styles and techniques by specific artists that became distinguished indications of contemporary art coexist in Kim’s work. She repetitively shows the subtle differences appearing in her own personality and disposition by rendering Lichtenstein’s originality through her own appropriation work, thus deleting herself.


 


The artist intentionally represents other artists’ works in the Lichtenstein mode, blending a wide variety of techniques with the difference of space and time. Kim also denotes the refractive destiny of contemporary art, used as universal images or images for commercial purposes and means, thus overturning the flow of Western art history under the influence of progressive, linear time. Her work also exposes a current situation in art, caused by the loss of belief in the value of original to the flood of images; the loss of traditional creativity. It also implicitly reveals the artistic act is something to use, manipulate, and recompose given things, not create something fresh.


 


Kim employs Lichtenstein’s distinctive style involving Ben-day dots, black contours, and image collages, presenting all in the mode recalling a magnificent billboard. Ben-day dots are like halftone dots that appear in the process of printing. These dots assume the role of making all images understandable through one concept, by realizing an image through mechanical reproduction. These dots also bring about a sense of tension by making work look like a copy through emphasis on an object’s three-dimensional properties and its two-dimensional qualities. Kim also exploits black contours to create the independence of things. She uses such contours to generate a tidy feeling, like in commercial images, ridding her existence as the creator of pure art. The contours lend a tidy feeling to her work, and minimize a spatial depth, making its objects and entire composition look solid. These contours are not for a depiction of images but for the images themselves. Kim uses a few colors to produce her work as if editions are limited in printing. Those colors include the bright hues mainly used for magazine advertisement and commercial wrapping paper, and the colors often used in graphic design. Kim raises optical illusions, or encourages divisions through an appropriation of Lichtenstein’s various properties and a melding of other paintings with his paintings.


 


Kim Won-hee highlights the composition and presentation of images she appropriated from artworks. She borrows distinguished idioms and methodologies from modern art masters. Her paintings remind viewers of original works, but reveal heterogeneous elements, little by little. These are traces derived from originals. The artist thus raises key debates and issues in the art world, interpreting tradition in art history, and familiar artists’ works, then generating small differences between them. Kim’s paintings are somewhat conceptual, but in a sense rely on the magnetism of painting such as pictorial pleasure, ornamental spectacle, and visual manifestation. Kim’s paintings remain open to viewers’ interpretation and intervention. It is expected her appropriation and parody not to confine her work and life to a certain degree.


 


  
  Paintings Coming out of Paintings  김원희 13·10·19 4975
  주체에서 기호로- 김진엽 2008.10  김원희 09·02·07 6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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